세종소식

제35호 좋아함(to like)과 사랑함(to love)

최민호의 월요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0-23 10:34
조회
24239

동물은 세 가지 종류의 뇌로 진화하였다고 합니다.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입니다.

가장 낮은 단계인 파충류에게는 감정 소통이 어렵다고 합니다.
뱀이나 악어의 눈을 아무리 응시해도 애증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파충류는 철저하게 본능에 의해 필요한 먹이와 환경을 추구합니다. 
부족하면 먹이 주는 주인의 손을 물어뜯기조차 합니다. 
본능의 뇌입니다.

포유류의 눈에는 어느 정도 감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주인이 왔을 때 좋아서 날뛰는 강아지를 보세요. 그들은 슬픈 눈빛으로 주인에게 호소를 하기도 합니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좋아합니다.
감정의 뇌입니다.

본능과 감정의 뇌는 단순해서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고, 그것에 목숨을 겁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복잡합니다.

본능과 감정에 의해 좋은 것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을 합니다.
이성의 뇌입니다.

아무리 좋아도 이성과 도덕성이 거부하면 자기희생과 죽음마저 불사합니다.
이성을 잃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을 우리는 ‘인간답지 않은 인간’이라 비난하며, 남의 아픔을 모르고 본능에 의해 자기 이익만을 취하는 인간을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성, 자유의지, 도덕심을 지녀 인간은 존재의 위대성을 가집니다.

필요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본능이요, 좋은 것을 좋아하는 것은 감정이요, 
옳은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이성이라 할 것입니다.

위대한 인간 이성의 가장 핵심에 있는 중심 요소는 무엇일까요.

희생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행하는 일은 쉽고도 당연합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싫지만 나서서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희생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희생의 가장 핵심에 있는 중심 요소는 무엇이겠습니까.

사랑입니다.
사랑 중에서도 이성적인 사랑과 그로 인한 희생.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위대합니다.
본능적인 사랑에 의한 희생은 동물에게도 얼마든지 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본능적인 사랑에 의해 지켜집니다.
그러나 사회와 국가는 이성적인 사랑에 의해 지켜집니다.
독립운동가들의 애국, 전장으로 나아가는 군인들의 용기, 종교인들의 헌신...

인간 이성에 의한 이러한 어려운 희생을 감내하는 사람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우리가 그들을 영웅이라 받들고 위인이라고 칭송하며 존경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입니다.

좋아하는 것(to like)과 사랑하는 것(to love).
다른 것입니다.

언뜻 비슷한 것 같지만 희생 없는 사랑은 좋아하는 것에 그칠 뿐,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사랑한다는 말은 참으로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소유와 집착을 불러옵니다만, 
사랑하게 되면 상대를 성장하게 하고 자유롭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극단의 상황에서 단지 좋아하는 마음으로는 할 수 없을, 
자신의 생활과 삶을 내놓으며 상대방을 위해 나를 내어주는 온전한 사랑은 숭고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내 몸과 마음이 쪼개져도 사랑하고 싶은 대상이 있나요.
나의 행복보다 더 행복하길 바라는 대상이 있나요.

직원 여러분,

지난주 우리 세종시민들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그 행복에 제 마음까지 덩달아 좋아지다가 또 한편에서는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으로 인해
그런 행복이 있었음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종 국회의사당 설치 규칙이 통과되기까지 밤낮으로 자료를 작성하고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대응한 우리 직원과 정치권의 여러 사람들.

한글날 행사를 세종으로 유치하기까지 소리 없는 열정을 아끼지 않았던 여러분들.

호수공원과 중앙공원 곳곳에서 연휴를 반납하고 질서유지와 안내 행사 운영까지 도맡았던
우리 직원들과 자원봉사자 여러분.

그런 여러분들의 희생으로 우리 시민들은 오늘도 평온한 일상을 보냅니다.

시민들의 삶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
개인의 시간을 포기하고 헌신하는 시민에 대한 사랑들.
그 귀한 진면목을 저는 세종에서 보았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행복하려면, 누군가는 그에 따른 희생을 한다."라는
숭고하고도 아름다운 행함과 깨달음이 있었던 한 주였습니다.

공직자라는 이름으로 희생했던 직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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